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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승계 세제, 2028년 시행되면 한국의 매물 시장은 무엇이 달라지나

앞선 글들에서 한국에 아직 조직적인 AI 롤업(AI Roll-up) 플레이어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세제를 첫손에 꼽았다. 자녀에게 물려주면 상속·증여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제3자에게 팔면 그런 혜택이 없어, 오너 입장에서 승계형 매각을 택할 유인 자체가 약했다는 진단이다. 그 장벽 중 하나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가 2026년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제3자 인수합병(M&A) 방식의 기업승계에 처음으로 세제 지원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직 법안 단계이고 시행 시점도 2028년이지만, 구체적인 요건과 감면 폭이 이미 공개된 만큼 이 제도가 실제로 승계형 매물 시장의 셈법을 얼마나 바꿀지 미리 뜯어볼 만하다.

무엇이 새로 생기나

이번 개편안은 두 갈래로 움직인다. 하나는 기존 가업상속공제를 손보는 쪽이다. 1997년 도입된 이 제도는 경영 기간 요건을 기존보다 세 배 강화된 30년 이상으로 올리고, '가업'의 정의를 특허·산업기술·숙련기술·영업비밀 같은 전문성이나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좁힌다. 이 과정에서 주차장·병원·약국·베이커리 등 일부 업종은 아예 공제 대상에서 빠진다. 변칙적인 법인 형태로 세금을 회피하는 '꼼수 상속'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른 하나가 이번 글의 주제인 제3자 승계 특례다. 지금까지 가업상속공제는 자녀 등 친족 승계만 지원했는데, 처음으로 비친족에게 회사를 파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준다. 매도자 쪽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을 20년 이상 계속 경영한 60세 이상 최대주주면, 주식이나 사업용 자산을 팔 때 양도소득세의 20퍼센트를 감면받는다. 감면 한도는 경영 연수 1년당 5,000만원으로, 20년을 채운 오너라면 최대 10억원 규모까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매수자 쪽은 같은 업종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해온 개인·법인이거나 대상 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이면, 이후 5년간 소득세·법인세의 10퍼센트를 연 5억원 한도로 감면받는다. 관련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8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세제가 지금까지 막아온 것

이 신설 조항이 왜 중요한지는 지금까지의 공백을 보면 분명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 집계로 대표이사가 60세 이상인 중소기업이 236만 개에 이르고, 이 중 후계자가 없는 곳만 67만 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흑자를 내면서도 물려줄 사람이 없어 폐업 위기에 놓인 회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인데, 그동안 이들 오너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사실상 자녀 승계 아니면 폐업이었다. 제3자에게 팔아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과 같은 수준의 세제 혜택을 받을 길이 없었으니, 매각 대신 사업을 접거나 어떻게든 친족 안에서 승계 구조를 짜맞추는 유인이 더 컸다.

미국에서 승계자 없는 베이비부머 은퇴('실버 쓰나미')가 회계법인·법률사무소·홈서비스업체를 사 모으는 롤업 펀드의 매물 공급원이 됐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매물의 양은 갖췄으면서도 그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유인이 빠져 있었던 셈이다. 이번 개편은 그 공백을 처음으로 메우려는 시도다.

숫자로 보는 유인 구조와 좁은 문

감면 폭을 딜 이코노믹스로 옮겨보면 방향은 뚜렷하다. 매도자는 양도세율 자체가 아니라 산출된 양도소득세액의 20퍼센트를 아끼는 구조이니, 매각가가 클수록 절대 금액도 커진다. 매수자 쪽 혜택도 5년 합산 최대 25억원 규모여서, 인수 직후 몇 년간 통합 비용이 몰리는 시기에 현금흐름을 보전해주는 효과를 낸다. 다만 두 혜택 모두 조건이 좁다. 매도자는 60세 이상에 20년 이상 계속 경영이라는 이력이 필요하고, 매수자는 동일 업종 10년 경력이라는 문턱이 있어 순수 재무적 투자자나 다른 업종에서 넘어온 매수자는 애초에 대상이 아니다. 뉴스핌 보도가 이 개편의 관건으로 짚은 지점도 정확히 여기다. 요건을 채우는 오너와 매수자의 교집합 자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제약은 업종 쪽에 있다. 이 특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이라는 조건을 그대로 물려받는데, 앞서 본 대로 이번 개편에서 주차장·병원·약국·베이커리는 그 대상에서 빠진다. 공교롭게도 주차장 운영업은 미국에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가 AI 롤업의 교과서 사례로 삼은 업종이고, 의료·조제 관련 업종 역시 미국 AI 롤업 펀드가 즐겨 고르는 영역이다. 두 나라의 정책 목적이 다르니 직접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의 승계 세제 재편이 겨냥한 업종 지도와 AI 롤업이 실제로 눈독 들이는 업종 지도가 이 지점에서는 어긋난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아직 법안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시간표다. 정부는 8월 4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했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요건과 감면 폭이 바뀔 여지가 있고, 통과되더라도 실제 적용은 2028년 1월 이후 양도분부터라 지금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제도는 아니다. 한시 적용 기간도 2030년 말까지 3년으로 못박혀 있어, 이 창이 좁게 열렸다 닫힐지 아니면 이후 연장되고 요건이 완화되는 쪽으로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은 한국의 승계형 M&A 시장에 처음으로 '팔아도 손해 보지 않는' 선택지를 세제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선 글에서 짚었듯 세제, 자본시장의 규모, AI 도입 준비도라는 세 조건 중 세제 쪽 빗장 하나가 풀리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이 특례가 겨냥한 업종과 매도·매수자의 프로필이 상당히 좁게 설계돼 있어, 제도가 시행된다고 곧바로 미국식 조직적 롤업 매수자가 등장한다고 보기는 이르다. 요건이 국회 심의를 거치며 어떻게 조정되는지, 그리고 실제 시행 이후 이 특례를 활용한 거래가 얼마나 나오는지가 다음 관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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