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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승계 절벽에서 태어난 AI M&A 중개 — 한국이 뒤따를 경로

미국의 AI 롤업(AI Roll-up)이 회사를 사 모아 뒷단 업무를 에이전트로 재설계하는 이야기라면, 일본에서 먼저 벌어진 일은 조금 다르다. 사업체를 사들이는 대신 사업체를 팔고 사는 과정, 즉 M&A 중개 그 자체를 AI로 재설계한 회사가 상장까지 마치고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M&A 리서치 인스티튜트(M&A Research Institute, 이하 M&A종합연구소)의 이야기다.

무슨 회사인가

M&A종합연구소는 2018년 10월 사가미 슌사쿠(Shunsaku Sagami)가 도쿄 시부야에서 창업했다. 2022년 6월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고 이후 프라임 시장으로 이전했다. 주력 사업은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 오너와 인수 의향이 있는 매수자를 이어주는 M&A 중개다. 매도 기업에는 성사 전까지 비용을 받지 않는 완전 성공보수제를 쓰고, 과거 거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매칭 가능성이 높은 매수 후보를 골라내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최단 1주일 안에 매수 후보와 매칭되는 사례가 있고, 2025년 9월기(2024년 10월~2025년 9월) 기준 평균 성사 기간은 7.2개월, 최단 사례는 43일이었다. 업계에서 통상 거론되는 평균 성사 기간이 1년 안팎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다.

재무 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9월기 매출은 약 166억엔, 영업이익은 약 49억6천만엔이었고 이 기간 성사시킨 M&A 건수는 234건이었다. 2026년 9월기 회사 전망치는 매출 약 222억엔(전년 대비 33.6퍼센트 증가), 영업이익 약 60억엔(20.7퍼센트 증가), 성사 건수 약 300건이다. 일본 최대 M&A 중개사인 니혼 M&A 센터(Nihon M&A Center, 1991년 설립, 누적 9,500건 이상 중개)와 비교하면 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 속도는 눈에 띈다.

왜 이게 AI 롤업 이야기의 일부인가

M&A종합연구소 자체는 사업체를 사 모으는 롤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성장하는 배경은 미국 AI 롤업의 첫 번째 조건, 즉 후계자 없는 오너의 은퇴와 정확히 같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 추산에 따르면 2025년까지 70세 이상 중소기업 오너는 약 245만 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127만 명은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전체 기업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폐업이 급증해 2025년까지 누적으로 일자리 약 650만 개와 국내총생산(GDP) 약 22조엔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METI의 추산이다. 일본 중소기업의 90퍼센트 이상이 가족 경영 형태이고,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바이아웃 거래의 65퍼센트 이상이 승계형 매각에서 나온다는 조사도 있다.

문제는 규모만이 아니라 속도였다. 전통적인 M&A 중개는 회계사·세무사·은행 등의 소개망에 의존해 매수 후보를 찾고, 서류 작업과 실사를 사람이 하나씩 처리하다 보니 성사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일이 흔했다. 후계자 없는 오너 수는 매년 쌓이는데 중개 인프라의 처리 속도는 그대로였던 셈이다. M&A종합연구소가 파고든 지점이 바로 이 병목이다. AI가 과거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매칭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을 좁혀주고, 사람 어드바이저는 최종 조건 조율과 협상에 집중하는 이중 구조로 매칭 단계의 시간을 줄였다. 매물을 사 모으는 자본이 아니라 매물과 매수자를 잇는 인프라를 AI로 재설계했다는 점에서, 이 회사는 AI 롤업이 성립하기 위한 전 단계, 즉 딜 파이프라인 자체가 AI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읽을 만하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M&A 중개업의 손익 구조는 단순하다. 매출은 사실상 성사 건수와 건당 수수료의 곱이고, 비용은 어드바이저 인건비와 영업·마케팅비다. 성사 기간이 짧아지면 어드바이저 한 명이 같은 기간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늘어난다는 뜻이므로, 인건비 대비 매출 배수가 커진다는 것이 이 사업 모델의 핵심 논리다. 2025년 9월기부터 2026년 9월기로 넘어가며 매출 증가율(33.6퍼센트)이 성사 건수 증가율(234건에서 약 300건, 약 28퍼센트)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 점도 건당 처리 효율이나 거래 규모가 함께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공개 실적을 근거로 한 추정이며, 회사가 이를 AI 효율화 효과로 명시적으로 분해해 공시한 것은 아니다). 완전 성공보수제라 매출이 성사 시점에 한꺼번에 잡히는 구조인 만큼, 매칭 단계를 얼마나 짧게 만드느냐가 곧 현금 회수 속도와 직결된다.

경쟁 구도도 이 회사의 재무 궤적에 영향을 준다. 니혼 M&A 센터는 최근 AI 스타트업 alt와 손잡고 'CloneM&A'라는 AI 클론 매칭 기술의 개념검증(PoC)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후발주자가 만든 AI 매칭이라는 차별점을 대형 경쟁사가 뒤따라오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이는 M&A종합연구소가 계속 성장률을 방어하려면 매칭 정확도나 처리 속도에서 격차를 계속 벌려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계와 미지수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2026년 9월기 순이익 증가율 전망(약 22퍼센트)이 시장 평균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성장 속도 둔화에 대한 경계가 이미 감지된다. 회사가 공개한 '이중 지원 체계'라는 표현 자체가 매칭 이후 협상·조율 단계는 여전히 사람 어드바이저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AI가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M&A 중개의 전 과정을 대체한 것은 아니며, 회사가 계속 인력을 늘려야 딜 처리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매칭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뒷받침하는 독립적인 검증 데이터도 아직 공개된 바 없고, 대형 경쟁사들이 유사한 AI 도구를 갖추기 시작하면 지금의 성사 기간 우위가 얼마나 오래갈지도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다.

한국에 남는 질문

한국도 후계자 없는 60세 이상 중소기업 오너가 수십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고, 2028년 시행을 목표로 제3자 매각형 승계에 대한 세제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매물은 쌓이는데 이를 빠르게 사고팔 수 있는 중개 인프라가 함께 갖춰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일본의 경험은 승계 절벽이 반드시 사업체를 사 모으는 자본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거래 자체를 더 빠르고 싸게 만드는 인프라 사업도 함께 키운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할 플레이어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음에 관찰할 지점이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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