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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AI 밸류 크리에이션 — 포트폴리오 기업에 엔지니어를 심는 이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6년 4월, 대형 소프트웨어 사모펀드 두 곳이 잇따라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와 손을 잡았다. 4월 15일 톰아 브라보(Thoma Bravo)는 3,000억 달러(약 427조원)를 넘는 포트폴리오 전체에 걸쳐 AI 도입을 가속하는 다년 계약을 발표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과 기업용 에이전트 플랫폼을 우선 제공받고, 구글의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 고객사에 상주하며 실제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엔지니어)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투입되는 구조다. 일주일 뒤인 4월 22일에는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Vista Equity Partners)도 같은 구글 클라우드와 제휴해 '에이전틱 AI 팩토리(Agentic AI Factory)'를 발표했다. 25년간 650여 건의 거래를 쌓아온 자사 밸류 크리에이션(value creation, 인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조직에 구글의 인프라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내용이다.

한 달 뒤인 5월 4일에는 더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나왔다. 앤트로픽이 블랙스톤(Blackstone), 헬먼앤프리드먼(Hellman & Friedman),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함께 '오드 위드 앤트로픽(Ode with Anthropic)'이라는 15억 달러(약 2조 1,400억원) 규모 합작법인을 세웠다. 블랙스톤과 헬먼앤프리드먼이 각각 3억 달러가량, 골드만삭스가 1억 5,000만 달러가량을 대는 구조로 전해지며,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 싱가포르투자청(GIC),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등도 참여했다. 같은 날 오픈에이아이도 TPG를 앵커 투자자로 브룩필드 자산운용(Brookfield Asset Management), 어드벤트 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 베인 캐피털(Bain Capital) 등 19개 기관에서 자금을 받아 '디플로이먼트 컴퍼니(The Deployment Company)'라는 100억 달러(약 14조 2,000억원) 규모 법인을 출범시켰다고 알려졌다.

왜 이것이 AI 롤업의 자본 인프라인가

이 네 건의 공통점은 AI 랩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파는 대신 사모 자본과 직접 결합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대개 중견 규모의 서비스·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사내에 AI 도입을 이끌 엔지니어링 인력을 갖춘 곳이 드물다. 개별 기업이 AI 전환 인력을 각자 채용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크고, 검증된 인재는 공급이 부족하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전체에 걸쳐 표준화된 AI 배치 체계를 한 번에 사들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 논리는 롤업(roll-up, 동종·연관 기업을 연속 인수해 하나로 묶는 전략)이 개별 소기업에 흩어진 백오피스·구매·마케팅 기능을 공통 플랫폼으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방식과 정확히 같다. 다만 이번에는 인수 대상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자산에, 그리고 통합 대상이 회계·구매가 아니라 AI 엔지니어링 역량 자체라는 점이 다르다.

AI 랩 쪽 셈법도 뚜렷하다.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 모두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매출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분을 온전히 취하기 어렵다. 사모펀드와 합작법인을 만들면 포트폴리오 기업이라는 검증된 고객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도입 성과에 지분으로 연동해 대가를 받을 길이 열린다. 오픈에이아이의 디플로이먼트 컴퍼니는 5년간 연 17.5퍼센트의 보장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이 모델이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라 금융상품에 가까운 구조로 설계됐다는 뜻이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맥킨지(McKinsey)가 2026년 발표한 글로벌 사모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책임투자자(LP)의 53퍼센트가 운용사(GP)를 고를 때 AI 밸류 크리에이션 전략을 상위 5개 판단 기준 안에 넣는다고 답했다. 반면 실제로 생성형 AI를 도입해 측정 가능한 성과를 낸 포트폴리오 기업은 전체의 약 20퍼센트에 그친다고 같은 보고서는 추정했다. 자금은 AI 쪽으로 몰리는데 실행은 아직 소수 기업에서만 검증된 셈이다. 이 격차가 바로 구글 클라우드·앤트로픽·오픈에이아이 같은 외부 파트너가 파고드는 지점이다. 개별 포트폴리오 기업이 스스로 증명하기 전에, 검증된 엔지니어링 인력을 공통 인프라로 먼저 투입해 그 20퍼센트를 늘리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성공하면 움직이는 손익 항목은 명확하다. 반복적인 고객 응대·데이터 입력·보고서 작성 같은 업무의 처리 비용이 낮아지면서 판매관리비율이 개선되고, 같은 인력으로 처리량을 늘리면서 매출총이익률이 오른다. 여기에 'AI로 운영 효율을 표준화한 포트폴리오'라는 서사 자체가 매각 시점의 배수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파트너십의 명시적 기대다.

한계와 미지수

같은 톰아 브라보의 사례가 반대 방향의 경고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2021년 고객 경험·설문조사 소프트웨어 업체 메달리아(Medallia)를 64억 달러(약 9조 1,000억원)에 인수했는데, 2026년 들어 이 투자에서 51억 달러(약 7조 2,600억원)에 이르는 가치가 사라졌다고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 금리 상승과 소프트웨어 지출 둔화, 경쟁사 퀄트릭스(Qualtrics)와의 경쟁에 더해, 생성형 AI가 메달리아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서비스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치 하락의 배경으로 함께 거론됐다. 결국 메달리아 지분은 블랙스톤·KKR·아폴로 등 30억 달러(약 4조 2,700억원) 규모 채권을 쥔 채권단에 넘어갔다. 오를란도 브라보(Orlando Bravo) 대표는 공개적으로 인수가가 과했다고 인정했다.

이 두 흐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AI는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양날의 도구다. 한쪽에서는 기존 자산의 운영 비용을 낮추는 레버로 쓰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 자산이 팔던 소프트웨어 자체의 존재 이유를 갉아먹을 수 있다. 게다가 오드 위드 앤트로픽과 디플로이먼트 컴퍼니는 아직 출범 초기라 실제로 몇 개 포트폴리오 기업에 엔지니어가 투입됐고 어떤 재무 성과를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분으로 대가를 받는 구조가 AI 랩과 사모펀드 양쪽의 이해를 얼마나 오래 일치시킬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이런 자본 구조 자체는 아직 한국에 없다. 다만 국내 중견기업을 인수해 온 사모펀드·투자조합이 개별 포트폴리오 기업마다 따로 AI 도입을 검토하는 지금의 방식이, 언젠가는 포트폴리오 전체에 공통 AI 인프라를 심는 방식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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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ATION · 데일리 밸류에이션SYNERGY · 기업 매칭 · 시너지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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