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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청구 업무 3사를 합쳐 60억 달러짜리 회사를 만들다 — 스마터 테크놀로지스(Smarter Technologies)

딜 개요: 세 회사를 하나로 묶다

2025년 5월, 사모펀드 뉴마운틴 캐피털(New Mountain Capital)은 자신이 투자해온 포트폴리오 회사 세 곳을 합쳐 스마터 테크놀로지스(Smarter Technologies)라는 새 회사를 출범시켰다고 발표했다. 합쳐진 세 회사는 성격이 각기 다르다. 액세스 헬스케어(Access Healthcare)는 댈러스에 본사를 둔 의료비 청구관리(RCM, Revenue Cycle Management) 업체로, 병원을 대신해 보험금 청구서 작성부터 수납까지 처리하는 인력 집약적 아웃소싱 사업을 오래 해왔다. 스마터디엑스(SmarterDx)는 뉴욕의 임상 AI 스타트업으로, 진료 기록을 분석해 누락된 청구 항목이나 부정확한 진단코드를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소트풀에이아이(Thoughtful.ai)는 오스틴 기반으로 보험 자격 확인, 청구서 제출 같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판매해온 회사다.

공개된 보도에 따르면 이 결합의 거래 규모는 60억 달러(약 8조 6,000억원)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수치가 세 회사의 기업가치 합산인지, 뉴마운틴이 투입한 투자액을 포함한 것인지는 보도마다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합병 후 신설 법인은 200곳 이상의 고객사와 60여 개 병원 시스템을 서비스하며 매출은 8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발표됐다. 직원 규모는 3만 명 이상, 전 세계 24개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애스나헬스(Athenahealth)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제러미 델린스키(Jeremy Delinsky)가 통합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왜 이게 AI 롤업인가

미국 병원의 청구관리 업무는 롤업이 좋아하는 조건을 그대로 갖춘 시장이다. 우선 인건비 부담이 크다. 미국병원협회(AHA)가 2022년 약 800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6개월 이상 밀린 미수 청구액이 64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병원이 이미 받아야 할 돈을 받아내는 데도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병원들이 보험사가 이미 지급해야 할 돈을 받아내는 데 쓰는 비용이 연간 430억 달러에 이르고, 사전승인 절차 하나에만 의료진과 직원이 주당 13시간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번째 조건은 청구 거절률 상승이라는 업계 압박이다. 익스피리언 헬스(Experian Health)의 2025년 조사에서는 전체 병원의 41퍼센트가 청구의 10건 중 1건 이상이 거절된다고 답했는데, 이는 3년 전 30퍼센트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미국 의료재무관리협회(HFMA) 분석에서도 초기 거절률이 2024년 12퍼센트 가까이 올랐다고 보고됐다. 청구가 거절되면 병원은 재청구·이의신청 같은 추가 행정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서류와 규정 지식 집약적이면서도 표준화되기 어려운 업무라 자동화의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세번째는 파편화다. 미국 RCM 시장은 대형 아웃소싱 업체부터 병원 내 자체 부서까지 공급자가 다양하게 흩어져 있고, 병원마다 시스템과 보험사와의 계약 조건이 달라 표준화가 더디게 진행돼왔다. 뉴마운틴이 택한 방식은 이런 파편화된 인력 집약적 서비스업(액세스 헬스케어)에 AI 소프트웨어 두 곳(스마터디엑스, 소트풀에이아이)을 붙여 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다룬 회계·법률·MSP·홈서비스 롤업과 결이 다르다. 소규모 사업자를 연쇄적으로 사들이는 대신, 이미 규모를 갖춘 서비스 아웃소싱 업체 하나에 AI 스타트업을 얹어 단번에 통합 플랫폼을 만든 사례다.

재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RCM 사업의 매출은 병원과 맺은 계약 조건(청구액 대비 수수료율 또는 건당 요금)에 크게 좌우돼 AI가 매출 구조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대신 노리는 지점은 두 군데다. 하나는 원가율이다. 청구서 작성, 자격 확인, 거절 사유 분석 같은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면 같은 매출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이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스마터디엑스가 임상 기록에서 누락된 청구 항목을 찾아내는 기능은 원가 절감이 아니라 매출 자체를 늘리는 경로다. 병원이 놓쳤던 정당한 청구를 찾아내 수납액을 늘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인용되는 수치로는 AI 기반 자격 확인 도입 후 거절률을 최대 42퍼센트까지 낮췄다는 사례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개별 업체의 발표 수치라 신설 법인 전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다른 지점은 멀티플(기업가치 대비 이익 배수) 재평가다. 전통적인 인력 아웃소싱 업체는 매출 성장이 곧 인력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낮은 배수를 받는다. 여기에 AI 소프트웨어 매출과 원가 구조를 얹으면, 투자자는 이 회사를 노동집약적 아웃소싱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가까운 사업으로 재평가할 유인이 생긴다. 뉴마운틴이 세 회사를 따로 두지 않고 하나의 법인으로 합친 것도 이 재평가 논리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한계와 미지수

가장 큰 미지수는 통합의 실체다. 발표 시점에 공개된 것은 매출·고객사 수·직원 수 같은 결합 후 규모이지, 통합으로 실제 원가율이 몇 퍼센트포인트 개선됐는지에 대한 제3자 검증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3만 명이 넘는 인력과 24개 서비스센터를 하나의 AI 운영 체계로 묶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인력 집약적 아웃소싱 조직 문화와 AI 스타트업 두 곳의 제품 조직 문화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병원 산업 자체의 특수성도 변수다. 의료비 청구는 주마다 다른 보험 규제와 병원마다 다른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걸쳐 있어, 표준화된 AI 워크플로를 전체 고객사에 균질하게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청구 거절률이라는 지표 자체가 병원과 보험사 사이의 협상력 문제와 얽혀 있어서, AI로 거절 대응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보험사가 심사 기준을 더 까다롭게 바꾸면 효과가 상쇄될 여지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 매출 8억 달러, 60억 달러 규모의 결합이 실제로 더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을지는 이 회사가 몇 분기 실적을 더 보여줘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을 통한 단일 심사 체계라 미국식 보험사별 청구·거절 구조와는 다르지만, 병원 행정 인력의 청구·수납 업무가 여전히 수작업 비중이 높다는 점은 비슷하다. 미국처럼 서비스 아웃소싱과 AI 소프트웨어를 한 회사로 합치는 방식이 한국 의료 행정 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이후 백서에서 따로 짚어볼 만한 주제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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